* 무맥락 수산 스나이퍼 x 대경 히트맨
가장 어렸을 때의 기억은 역겹게 뒤섞인 피비린내와 탄내. 연기가 자욱한 하늘. 제 손목을 부러뜨릴 듯 거칠게 붙든 큰 손. 넌 운이 좀 없구나. 죽기 전에 발견된 건 운이 좋지만 내가 —— 인건 별로 안 좋은데. 전원우는 정작 그게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하튼 정신을 차려보면 누군가가 떨궈놓은 곳이 대경구역이었던 탓에 전원우는 그대로 대경에 거둬져 J라는 코드네임을 얻고 조직 말단부터 굴렀다. 제 의지는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어린 소년은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며 크고 작은 임무에 차출되었다. 착실하게 변수를 제거해 나갔고 조금 더 연륜이 쌓이면 좋은 히트맨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윗선에서 오가게 되었다.
— 저게 히트맨이면 나는 해커 되겠네.
— 너라면 앤트맨이게…ㅆ… 야! 왜 걷어차!
이렇게 말한 놈들도 있었다. 마치 계시라도 받은 듯 나중에 셋은 각자의 자리에서 만나게 된다만, 이건 크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
전원우가 아직은 햇병아리 취급을 받던 시절 사수를 따라 간 대의회에서 안내요원으로 서 있는 동안 처음 Joshua를 만났다. 무표정하긴 했지만 이쪽일을 한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순한 인상이었다.
— 처음 오신 분들이 많이 헤매니 공유한 지도를 잘 봐주십시오.
전원우가 방문한 손님들을 향해 예의바르게 말했다. 그걸 기억하는건 제 경고가 무색하게 Joshua가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모두는 회의실로 이동한 상태였고 입구에서는 전원우 혼자 남아 막 문을 닫으려던 참이었다.
— 아직 안 들어 가셨습니까?
— ……그렇긴 하지.
전원우가 어서 가라는 듯 가볍게 목을 까닥였다. 머뭇거리던 Joshua는 멋쩍게 웃으며 물었다.
— 그, 회의실로 돌아가려면 어디로 가야하지?
업무중에 진짜로 길을 잃다니…. 그대로 끌려가도 할 말이 없을 터였다. 전원우는 사무적으로 그러나 상세하게 길을 알려줬고 Joshua는 무사히 회의실로 복귀할 수 있었다.
몇 년 후 둘이 다시 만난 곳은 현장이었다.
.
사실 급습한 스나이퍼의 마스크가 벗겨지지 않았다면 전원우는 그가 Joshua인줄 끝까지 몰랐을 터였다. 몇 년 사이 골격은 더 단단해지고 물렀던 인상은 더 차가워졌다. Joshua는 제 역할을 못하게 된 마스크를 그냥 벗어버렸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 스나이퍼였어?
생긴 건 펜대 굴리면서 협상이나 하는 변호사인 줄 알있는데 현장직이었을 줄이야. 임무중에는 거의 입을 열지 않는 전원우지만 신기했던 나머지 한마디했다. Joshua는 대답하지 않고 멀찍이 거리를 벌렸다. 역시 봐주는 게 없네, 수산은. 전원우도 나이프를 고쳐쥐었다. 철컥 하는 장전 소리가 전원우의 귀에 들어왔다. 스타트 신호였다. 전원우는 바로 돌진했다.
총알이 스치면서 보호대의 연결부위가 깨졌다. 박살나서 바닥에 구르는 마스크와 함께 어마어마한 충격이 온몸을 덮쳤지만 이미 예상한 바였다. 어차피 인간의 목은 약해서 한 방에 날아간다. 딱 한 번만 휘두를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물론 싸움은 히트맨과 스나이퍼, 둘 중 누구의 예상대로도 굴러가지 않았다. Joshua는 정면으로 충돌해오는 나이프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이내 이어지는 근접전은 예상외로 막상막하였다. 거리를 벌리고 견제용 탄환을 몇 발 주고 받자 실내에 콘크리트 가루가 비산했다. 막무가내로 난투극을 벌이기엔 철근이 다 드러난 철거 직전의 폐건물은 썩 좋은 장소가 아니었다. 결국 결판을 내지 못하고 둘 다 물러나야만 했다.
短
느와르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