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지게 핀 꽃나무가 잠시 지나가는 바람에 무거운 팔을 툭툭 흔든다. 벚꽃은 이미 모두 져버렸지만 이름 모를 하얀 꽃송이를 틔운 나무는 지금이 한창인 모양이다. 이상하게도 올해 벚꽃이 필 즈음은 늦은 꽃샘추위가 기승이었다. 꽃망울은 채 피기도 전에 이른 봄비를 맞고 거진 떨어져버리는 통에 제대로 된 생활의 봄맞이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게 못내 아쉬웠는데. 지수는 시선을 창밖으로 돌린다. 하늘하늘 떨어지고 있는 흰 꽃잎들이 올해는 첫 봄맞이인 셈이다.
지수는 창밖으로 팔을 뻗었다. 포슬포슬한 눈송이마냥 손바닥에 내려 앉은 꽃잎은 금방 불어온 바람에 다시 날려간다.
“뭐하고 있어?”
“바깥 날씨가 궁금해서. 뭐가 있나 했는데, 눈이 내리고 있었네.”
지금이 5월인데 무슨 눈 타령이지. 잠깐 의아해 하던 원우가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외국에서 살다 온 지수는 종종 말이 짧고 문자 그대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을 구사하곤 했는데 지금이 그런 때였다. 원우가 창밖의 꽃보라를 구경하는 동안 지수는 방에서 기타를 꺼내왔다.
“갑자기?”
“모처럼이니까.”
지수는 털썩 원우 옆자리에 앉아 기타를 잡았다. 끼릭대는 소리가 나지 않을만큼 현을 잡아당긴 지수는 그제야 헤드에서 손을 뗐다. 동시에 오른손으로 기타줄을 튕긴다. 음감에 제법 까다로운 그의 귀에도 제법 괜찮았는지 지수는 본격적으로 자세를 잡은 지수가 천천히 프렛보드에 손을 얹었다. 천천히 현을 튕기는 것과 동시에 익숙한 멜로디가 울리자 원우는 짧은 한숨을 흘렸다.
“·····근데 또 그 곡?”
“모처럼이니까?”
특유의 솜사탕같은 숨소리 섞인 대답에 숨기지 않은 웃음이 배어있다. 놀리고 싶은 의도가 너무 빤히 보이는게 얄미워서 얼굴은 부러 외면한다. 원곡보다 지수가 부르는 것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각인된 노랫소리가 기타선율에 깨끗한 목소리가 나지막이 기타 리프위에 녹아들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수의 얼굴과 목소리를 좋아하는 원우는 말없이 이어지는 노래를 듣다 조용히 중얼거렸다.
“선곡이 아쉽지만 모처럼이니까 봐준다.”
“칭찬이야 욕이야?”
“10년 넘게 같은 레퍼토리인 애인을 견뎌주는 나같은 사람이 어디있다고.”
조금은 뻐기듯 턱을 치켜들고 피식 웃는 얼굴에 결국 지수는 손을 멈췄다.
이건 정말 내 애인이지만 이건 너무 귀여운 거 아니냐고.
지수는 기타를 내려놓고 원우를 끌어안았다. 잠깐! 품안에서 버둥대는 더욱 힘주어 안았다. 처음은 좀 시끄럽다가도 결국은 마주 안아 줄 것을 알고 있다. 그게 아니라도 일단은 그저 안고 싶었다.
올해 네 생일에도 이 노래를 선물해야지.
短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