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고증을 하진 않았습니다 (몰라서는 아니고 걍 손가는 대로 끄적댄거라)
* 메리 크리스마스 공양 재업합니다
* 글 자체는 NCP 인데 이어질 땐 어찌될지 몰라서
호그와트의 자랑거리라 하면 매 끼니마다 대리석 테이블을 뒤덮는 화려한 식사였다. 신입생 때는 그 많은 음식들이 언제 나오는 것이며 누가 어떻게 만드는가는 관심없이 그저 맛있는 음식이 잘 나오는구나, 했었는데. 이제 짬이 차고 머리가 굵어지니 대충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궁금한 건 역시 먹는 문제였다. 얼핏 학교의 가사전반은 집요정들이 도맡아 하며 음식은 주방에서 올라온다는 말을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다른 유령들에게 말하는 것을 주워 들었었다. 기억이 녹슬지 않았다면 그건 크리스마스 휴가 때 남은 아이들을 위한 만찬자리에서 들은 이야기였다.
그리고 전원우는 현재 2학년이다. 몇 달 전에 들은 이야기를 왜 지금에서야 떠올려서 파헤치고 있냐 하면,
- 아 배고픈데. 뭐 없나?
벌컥 기숙사 문을 차고 들어와 냅다 꺼낸말이 가진 거 다 털어보라는 양애취 포스를 풀풀 풍기는 준휘와 지훈 때문이었다. 당연하지만 원우는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무언가를 내놓을 수 없었다. 기껏해야 귀지맛 나는 강낭콩 젤리하나가 침대 모서리에서 튀어나왔을 뿐이다. 아무리봐도 먹을 게 못되는 강낭콩 젤리는 얌전히 쓰레기통에 처넣어버린 두 사람은 털석 주저앉아 먹고싶은 걸 줄줄 늘어놓기 시작했다. 떡볶이, 순대, 라면, 김밥, 훠궈, 황먼지··· 아무리 식사가 만찬이라 한들 여기는 유럽. 거기서도 음식은 기대하기 힘든 영국땅 어딘가에 위치한 호그와트다. 물론 피쉬 앤 칩스로 이미지가 굳은 영국식사와는 비교하는게 민망할 만큼 식사가 잘 나온다 해도 전부 서양식 정찬 메뉴들이었다. 그걸로는 한국인과 중국인의 입맛을 충족시키기가 어려웠다.
- 난 잘건데.
그러니 그만 나가라며 원우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그러나 그만두기는 커녕 점점 더 늘어나는 목록에 별 생각 없었던 원우마저도 정말로 배가 고파졌다. 결국 셋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된 음식이 있을법한, 또는 그런걸 할 수 있을만한 곳을 생각했고 원우는 아주 오래 전 뇌리에 박혀있던 단서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주방을 찾아가려면 기숙사를 나가야 한다. 그 말인 즉,
- 관리인을 피해서 가야 한다는건데.
- 가능할까?
- 아무래도 희박하지.
몇 년인지는 모르지만 웬만한 교수 이상을 이 학교 관리인으로 재직중인 필치는 이름을 불러선 안될 '그 사람' 의 별명 중 하나와 같은 별명으로 불릴만큼 더러운 성깔을 자랑했다. 그건 차지하고서 취침시간을 넘긴 밤중에 기숙사를 나가는건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걸리면 크게 벌을 받을게 자명했다. 어차피 아침이 오면 맛있는 식사가 연회장에서 기다리고 있을터인데 굳이 이런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시도할 가치가 있는 일인가. 잠시 고민했지만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한창 성장기의 소년들의 왕성한 식욕은 위험부담이라는 무게추보다도 더 무거웠다.
- 만약 걸리게 되면 그 사람은 버리고 갈거야.
- 좋아, 누가 되더라도 원망하기 없기.
- 남은 사람이라도 살아야지.
굳은 결의의 표시로 셋은 주먹을 가볍게 마주쳤다. 그리고 비장하게 기숙사를 나섰다. 자정을 넘긴 밤의 학교는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들킬세라 살금살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조심스레 걷는 그들의 노력이 무색할만큼 복도는 너무나 조용했다. 뭔가 좀 이상하다 싶긴 했지만 이동중에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 없었다. 예상보다 더 수월하게 그들은 과일이 담긴 커다란 그릇이 있는 정물화 앞에 도착했다. 준휘가 초록색 배를 간질거리자 웃음소리와 끝에 초록색 문 손잡이가 나타났다. 손잡이를 잡아 열자 문 안에 숨겨져있던 주방이 보였다. 성공했다는 생각에 앞다투어 안으로 달려들던 셋은 몇 걸음 옮기지도 못하고 자리에 딱 멈춰서야 했다.
- 너네 뭐냐.
주방에 놓인 4개의 긴 나무테이블 중 하나. 그 중에서도 4번째 테이블에 앉아있던 3명 중 한명이 휙 등을 돌렸다. 단순한 동작인데도 시선을 잡아끄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얼핏봐도 저들보다는 상급생인게 분명했다. 완전 동작그만에 걸린 것 마냥 셋은 서로 눈치만 볼 뿐 딱 뭐라 대답하지 못했다.
- 처음보는 애들한테 너무 그러지 마.
그들이 겁에 질린 걸 알아 봤는지 앉아있던 두 명 중 한 명이 여직 저들을 노려보고 있는 이를 달랬다. 남자는 영 못마땅한 얼굴이긴 했지만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한숨 돌린 원우가 테이블과 상급생 셋을 쓱 훑어봤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각종 주전부리가 즐비했고- 무엇보다 학생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금단의 물품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그것인 즉,
- ····술?
정확하게는 익숙한 초록색의 병- 소주였다. 이런 곳에서 그리운 고향땅의 물품을 보게 될거라곤 상상도 못한 원우는 순간적으로 말을 흘렸다. 조그마한 소리를 놓치지 않은 마지막 한 명이 냉큼 말을 받았다.
- 잘 아네. 이렇게 된 거 너희들도 같이 마실래?
술이라곤 입에도 안 댈 것 같은 성자같은 얼굴로 싱글싱글 웃으며 당연하다는 듯 술잔을 권하는데 참 곤란했다.
- 저희, 아직 미성년잔데.
- 우리도 아직 완전히 성인은 아니야.
그럼 더 안되는거 아니냐고 묻고 싶었지만 이미 목덜미를 잡혀 테이블에 끌려 온 원우는 얼떨결에 한 잔 받아들고 말았다. 뒤에선 아직 상황파악이 안된 준휘와 지훈도 얼떨결에 합석했다. 일단 앉고나니 자연스레 잔이 돌고, 생판 남인 이들끼리 짠 하고 잔을 부딪히는 꼴이 됐다. 주저주저하던 2학년 트리오도 연장자가 마시니 이걸 거절하기도 뭣하고 해서 눈 딱 감고 한 잔만 하자는 생각으로 술잔을 입에 댔다. 금발머리의 남자가 킥킥 웃는게 어쩐지 불길했지만 그 때는 몰랐다.
- 만약, 세 명 중 한 명이라도 기숙사 테이블 배치를 기억했다면 넙죽넙죽 술을 받아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한밤의 주방에서는 바야흐로 기숙사 대전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다름아닌 술로.
短
모처 마법학교 AU.